대법 “첫달 보험료 대납 후 수수료 챙기면 사기죄”
보험사, 처벌 당연하지만 계약자 인식변화도 필요
설계사, 위축 불가피 하지만 모집 질서 개선효과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유지의사가 없는 고객의 첫회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올려 수수료를 챙긴 뒤 보험계약을 유지하지 않으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보험설계사 오모씨(40)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회 보험료 결제 후 보험계약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을 보험사가 알았다면 오씨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진정으로 보험계약을 성립시킬 의사 없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가입 신청서류를 접수한다는 사정을 회사에 알릴 의무가 있고 이를 말하지 않은 것은 회사를 속인 것이다”고 판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40만명의 설계사가 영업 행위를 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므로 드러나지 않게 이런 행위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보험계약자도 보험계약을 하면 보상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의 한 설계사는 “이번 판결로 설계사들의 보험 모집 질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험설계사 활동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향후에는 모바일 청약이 활성화되고 당국의 민원감축 노력이 지속되므로 이와 같은 방법의 영업 행위를 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씨는 동부화재와 대리점 계약을 맺은 한 홈쇼핑 대리점의 보험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보험계약자의 첫회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는 조건으로 보험가입자를 모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오씨는 201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총 67건의 실적을 올렸다. 이에 동부화재로는 오씨에게 계약 실적에 따라 총 3296만여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보험 가입자들이 모두 보험계약을 유지할 의사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오씨는 사기 협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오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오씨가 동부화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어 신의칙상 의무가 없는 만큼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4-02-09 한국보험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