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 '간소화' 커녕 제자리걸음
'보험금청구 간소화'시행 3년… 일부 보험사들, '진단서·진료확인서·납입내역서·초진차트'요구관행 여전
■ 최모씨(40)는 최근 초등생 아들의 치아보험금 청구과정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넘어져 다친 치아 1개를 뽑아내는 간단한 시술을 받아 보험금을 신청했는데 '사고증명서' '치과치료증명서' '구강내 사진' 'X-ray사진' 모두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돈 1만원 받기 위해 뭐하는 짓인가 싶었던 최씨는 "제출해야 할 서류를 발급받는 비용이 더 든다"며 보험금 수령을 포기했다.
■ 실손보험에 가입한 김모씨(45)는 피부과 치료비 1만2천원을 낸 뒤 병원에 진단서 발급을 요청했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진단서 발급비용이 2만원이란 답변을 듣고 이내 취소했다. 보험약관상 1만원을 공제한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데, 2만원의 진단서를 발급받고 나면 되려 손해였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 절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진단서 발급절차가 복잡한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 배보다 배꼽이 커지기도 한다. '진단서' '진료확인서' '납입내역서' '초진차트' 등 일일이 떼야 하는 등 첨부해야 할 서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지난 2010년 6월 금융당국은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를 단행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보험금청구 간소화'는 얼마나 정착됐을까.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 중간에 포기하는 상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절차·서류 등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본지 조사결과, 현행 일부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서류 간소화 기준은 ▲50만원이하 ▲20만원이하 ▲10만원 이하 ▲금액기준 없음 ▲증빙서류 택일 등 혼잡, 청구방법 또한 △등기발송 △영업점 방문에 한정되는 등 보험금 청구간소화 시행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행히도 대다수 보험사는 소액으로 통원시엔 청구서류(병원·약제비 영수증 등)를 팩스나 사본으로 직접 창구방문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소액건이 아닌 경우엔 여전히 직접 방문 또는 등기발송과 함께 각종 서류를 요하고 있어 보험금 청구고객 입장선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최근 '맘모톰'시술을 받은 한 여성가입자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이리도 복잡할지 몰랐다. 먼저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험금청구 서식'을 다운받아 작성, 진단서·진료확인서·납입내역서·초진차트 등 각종 서류를 등기발송했다. 특히 병원을 2～3차례 내방, 원본서류 떼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또 직접 방문접수하고 싶었지만 거주지(일산)와 동떨어진 담당 보상지점(대전)은 찾아오지 말란 얘기에 다름아니다"고 소회했다.
진단서발급 역시 '공짜'가 아니다. 적게는 1만～3만원, 많게는 20만～30만원의 비용부담(상해·장해진단서, 정신감정서 발급시)이 따른다. 게다가 진단서 발급은 보험사가 보상치 않는 비용이기 때문에 온전히 보험금청구 고객의 몫이다.
그렇다면 '진단서'는 과연 누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일까.
한 보험가입자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의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서 정확한 진단명·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진단서'나 그에 준하는 '확인서'를 필요로 하지만, 부담은 100% 고객에 지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은 더욱 가관이다. '초진차트'의 경우 그저 복사해주는 게 전부면서 3000원의 발급비용을 챙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선 지난 2007년 6월 다이이치생명을 시작, 보험사가 진단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가 확산중이다. 보험계약자의 보험금청구시 부담을 경감, 보험금지급 누락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로 평가된다.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험금 지급절차 간소화'와 '보험금 지급속도'경주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활용, 이미지개선 및 경기부진에 따른 가입률 저하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
조금 길게 보고 '감독기관'이 나서기 전에 보험금 청구에 따른 소비자들의 비용절감을 더 강조한다면 똑같은 레이스를 달리더라도 '터보엔진'을 장착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2013-10-22 보험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