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자살면책기간’ 연장될까
당국-보험업계-여당 ‘자살예방’ 효과 찬성
야당-소비자단체 “보장축소 소비자 피해”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인 ‘자살면책기간 연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원이 불을 지피고 정치권이 가세하는 형국이라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생명보험 자살 면책기간의 평가와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률 증가와 자살 면책기간과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 보고서는 “유족의 경제적 여력 보장이 생명보험 본연의 역할이다”며 “보험사기와 연관성이 없는 자살면책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유족의 생활보장만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OECD 국가 중 8년째 1위인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정부와 업계가 사회 전반에 걸친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면책기간 연장보다는 자살예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정무위 소속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살 예방을 위해 생보사들의 자살면책기간을 폐지하거나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상반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자살은 가족과 사회 및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살 예방을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 생명보험의 자살면책기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도 지난 1월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률이 면책기간 이후에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창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살률이 면책기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에 의의가 있다”면서 “면책기간 연장은 자살을 생각하고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자살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살면책기간 연장을 놓고 찬반 양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의 ‘자살면책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도 자살면책기간을 연장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생명보험약관 개정을 추진하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살면책기간 연장은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이다”면서 “이를 통해 자살률이 떨어지면 지급보험료가 줄어들게 되므로 다수의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자살면책기간의 연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지급 보험금과 자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자살면책기간을 연장하면 선의의 보험계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이는 보장 축소로 이어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선진국의 자살면책기간도 독일과 일본의 3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 이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3-10-21 한국보험신문
